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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나마 잊을 수 없는 사랑하는 나의 사랑하는 선희, 은희2007/10/12
관리자

꿈속에서나마 잊을 수 없는 사랑하는

나의 사랑하는 선희, 은희 

최선옥


  사랑하는 나의 딸 선희, 은희야! 그간 어떻게 지내고 있니? 너희들과 헤어진지도 어느덧 10년이라는 세월이 다가오는구나. 그간 언제 한번 잊은 적이 없고 잊을 래야 잊을 수 없는 너희들이건만 그래도 어느 정도 세월이 지나면 조금씩 잊어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날이 갈수록 점점 더 그리워지는지 알 수 없구나.


  생각할수록 어머니로서 너희들에게 진 죄가 너무도 많고, 그 자책감에 시달릴수록 잠자리에 누워도 잠들 수 없고 밥상에 마주 앉아 있어도 그 밥이 차마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는구나.


  이글을 쓰는 지금 이 시각도 밥이나 제대로 먹는지... 앓지는 않는지... 지금쯤 무엇을 하며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너희 둘이서 서로 헤어지지 않고 함께 지내고 있는지... 모든 것이 눈에 삼삼히 떠오르며 지금 이 순간도 양볼에 흐르는 뜨거운 눈물을 멈출 수가 없구나.


  돌이켜보면 자식을 낳을 줄이나 알았지 정작 너희들이 태어나서 이 엄마와 같이 살아온 7~8년 세월 돌이켜 보노라면 너무나도 무식한 엄마로 살아왔다는 것이 너희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엄마로서의 자격마저 상실 당하였구나 물론 세월 탓도 있겠지만 부모를 잘못 만난 너희들의 불우한 운명이라 말해야 정확할지 모르겠구나.


  아마 너희들도 이제는 어린 나이가 아니므로 어느 정도 세계관이 선 사람으로서 잘 알 수 있으리라 본다. 물론 너희들도 세상에 태어나 지금까지 길지 않는 세월을 살아오면서 흘린 눈물이 이 어머니보다 더 많았으리라 본다. 아니 지금 이 시각도 이 못난 엄마를 끝없이 저주하면서 눈물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어려서는 엄마 없는 설움 속에 살아왔겠지만 점점 나이 들어 철들어 가면서 반역죄의 자녀란 누명을 쓰고 엄마대신 주위의 모든 사람들로부터 온갖 멸시와 눈총을 받아가면서 인간 아닌 인간 취급을 받아가면서 험한 세월을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이라는 것을 이 엄마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단다. 특히 총반장을 하던 사람의 자식이라고 더더욱 주위의 사람들이 너희들에게 못되게 굴겠지 하고 생각하면 너무 안쓰럽고 가슴이 미여지는 듯하다. 그런 집 자식이라고 매일같이 안전부와 보위부에 끌려 다니면서 온갖 심사를 받아야 했으며 특히 혹시나 엄마와 그 무슨 연계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감시를 받아가며 한걸음, 한걸음 힘든 발걸음을 옮겨야 했을 너희들의 모습을 그려보노라면 이 어머니 역시 너희들 못지않게 눈물로 세월을 보내고 있단다.


  지금 이 어머니의 심정은 녹슨 쇠줄로 이 가슴을 갈기갈기 찢는 듯한 그런 아픔이 사무쳐와 나 스스로도 몸서리칠 정도로 마음이 아프다. 작은 가슴에 쌓인 눈물과 사연, 그 무엇으로 씻을 수 없으며 감출수도 없으며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한 가정으로 말한다면 부모를 잘못 만난 자식의 인생이랄까? 세월을 잘못만난 탓이라고 생각하고 이 엄마를 많이 원망하며 또 용서해 주렴. 왜 이엄마가 그런 길을 걷게 되었는지, 또 왜 너희들이 이렇게 살아야만 하였는지? 이 엄마가 이런 길을 걷고 싶어서 걸은 것이 아니라 우연히 이렇게 되었다는 것을 변명삼아 이야기 해 보련다. 언젠가는 꼭 너희들에게 눈물겨운 이 사연,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이 사연을 알려주고 또 용서를 빌고 싶었다. 엄마가 이런 길을 걷게 된 이 사연을 너희들도 이제는 알아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울며불며 매달리는 너희들의 손에 맛있는 빵 대신 소나 염소들이나 먹는 옥수수대를 쥐여 주며 내일 아침이면 꼭 돌아온다는 거짓 약속을 남긴 채 집을 떠난 것이 삼봉역 가까이의 어느 한 산골짜기였다. 거기에서 몇 시간 기다리다보니 6가두에 사는 아저씨가 와서 두만강을 건너가면 돈도 많이 벌고 먹을 것도 마음대로 가져올 수 있다고 하더구나. 그때 그 당시 우리 살림을 생각할 때 다시 생각할 겨를도 없이 꼭 데려가 달라고 무작정 매달렸다.


  그리하여 사품치는 두만강을 건너간 것이 중국의 연변지대인 개산툰이라는 어느 농촌마을이었다. 세 달만 벌어가지고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약속을 하고 두만강을 건넜지만 그 약속은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어느 한족의 인신매매 장사꾼들에 의하여 중국 돈 800원에 한족에게 팔려갔다. 그때부터 이 엄마의 인생은 한걸음, 한걸음, 한 시간 한 시간이 너무도 눈물겨운 시간이었으며 나날이었다.


  그런 눈물 속에서 나라를 배반하고 남의 나라 땅에 숨어사는, 사람값에도 못 미치는 인생살이가 시작되었고 못사는 나라의 설움과 원망이 이 가슴에 차고 넘치게 되었다. 화장실을 가도 항상 감시를 받아야 했으며 집안에 가두어놓고 자물쇠로 문을 잠그면 집주인이 들어올 때까지 한 걸음도 바깥구경을 하지 못하게 천대를 받으며 살았다.


  그러나 이 엄마는 그런 고달픈 인생살이 속에서도 너희들의 소식이 알고 싶어 그 위험한 개산툰까지 3번씩이나 찾아갔지만 끝내 너희들의 소식을 알 수 없어 피눈물을 흘리며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겨 디디었다. 그럴수록 너희들에 대한 그리움은 이 가슴에 차고 넘치고 죽기 전에 너희들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한 가닥의 미련과 희망을 안은 채 하루하루를 보내며 살았단다.


  그러던 어느 날 한국으로 가면 잘 살 수 있고 또 국적도 가지고 떳떳이 살수 있다는 소식을 전하여 듣고 무작정 한국의 길에 올라 끝내 성공의 길에 이르렀다. 물론 오는 도중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지만은 그것은 약과에 불과하다. 우리 같은 사람도 사람답게 모든 자유의 권리를 누리며 살아갈 수 있는 길이 열리였기 때문이란다. 중국에 살 때에는 언제 공안국에 잡혀 나갈까 항상 가슴을 조이며 하루하루를 보냈지만 이제는 그런 걱정을 전혀 하지 않아도 되니까 얼마나 사는 재미가 있는지 너희들은 다는 모를 것이다.


  그러니 선희야, 은희야, 어머니의 가슴 아픈 이 마음 너희들이 이해한다면 다만 얼마라도 이 어머니의 이 심정 이해할 수 있다면 원망을 할 때는 하더라도 용서를 하여다오. 어쨌든 이 어머니는 자나 깨나 그리운 너희들을 생각하면서 마음의 긴장을 늦추지 않고 언젠가는 다시 만날 너희들의 모습을 그리면서 한손가락, 두손가락 꼽아가면서 부디 부디 너희들과의 상봉을 마련해 달라고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하면서 살아가겠으니 너희들도 다시 만날 그날까지 부디 몸 건강히 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이 어머니가 너희들에게 할 수 있는 염원이자 간절한 부탁이다. 살아있어야 한다. 알겠지? 이것이 너희들이 이 어머니를 위하여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하며 또 그렇게 할 수 있는 너희들이라고 믿고 싶구나.


  그럼, 너희들이 이 엄마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다시 만날 그날까지 너희 두 형제가 서로 돕고 의지하며 씩씩하게 자라리라 믿으면서 이 엄마는 흐르는 펜을 여기서 잠깐 멈추련다.


부디 다시만날 그날까지 몸건강하여라.


                              2007.6월25일  엄마로부터 전한다.


참, 선희야 은희야 다음번에는 이 엄마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 어떤 사회라는 것을 아주 실감 있게 이야기 해주려니 많이 기대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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