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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2007/10/12
관리자

편 지 

안희상


꿈속에서라도 단 한번만 이라도 그 정겨운 목소리 들어보고 싶은데 앞으로 남은 내 인생에 다시는 만나볼 수도 불러볼 수도 없을 너무도 그립고 그리운 나의 언니, 오빠, 조카들 너무 너무 그리움에 사무쳐 미쳐버릴 것만 같은 이 심정. 다 타 녹아내릴 것만 같은 이 심정 조금이나마 식혀볼까. 조금이나마 달래볼까 이렇게 글로 몇 자 적어봅니다.


중국가 돈벌어가지고 금방 돌아오겠다고 떠난 길 세월은 류수와도 같아 어느새 나도 모르게 8년이란 련윤의 흔적을 남기며 멀리도 와버렸네요.

내가 태여났고 선조의 무덤이 있는 정든 고향땅을 떠날 때 내 발목을 부여잡고 “안 된다, 못 간다.” 죽어도, 살아도 이 땅에서 함께 하자며 먹지 못해 퉁퉁 부은 얼굴로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로 나를 만류하던 언니, 오빠가 이렇게 눈앞에 선한데 금시 금방이 8년, 아니 영원이란 단어를 만들었네요.

이젠 내 머리에도 흰 서리가 내리기 시작했으니 언니, 오빠들은 반백이 되었겠네요.

별로 업적 없이 흘러 보낸 8년이지만 내 50평생에 이 8년은 남은 내 인생의 활주로를 바꾸어준 전환점 이였고 내 인생에서 너무도 거창한 력사의 기록을 남겨준 나날들이였습니다.

그 나날들은 ‘나라 없는 백성은 상갓집 개만도 못하다’를 직접 현실로 내 피부로 느끼고 당할 때, 너무도 마음이 아프고 아파 가슴 치며 견딜 수 없었던,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가장 뼈아픈 나날들이였어요.

낯설고 물설은 이국의 거리를 방황하며 이 발길에 채이고 저 발길에 채이며 떠돌고 돌다, 아니다 싶어 돌아보니 돌아갈래야 갈수가 없는 땅.

너무도 간절히 가곺은데 갈수가 없는 고향땅이더라고요.

나만이 아닌 이 수많은 사람들이 왜 정든 고국을 떠나야만 했는데……. 왜 돌아갈 수가 없는데…….

너무도 억울하고 분하고 기가 막혀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아요.

이젠 진저리나는 이 개만도 못한 방랑생활 접고 내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추업이 묻어있고 내 사랑하고 존경하는 엄마, 아빠의 무덤이 있고 그리운 내 형제 조카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 얼싸안고 울고 웃고 싶은데……. 갈수가 없네요.

아직도 오늘 이 시각도 배고픔에 시달리며 하루하루 연명해갈 언니 오빠를 생각하면 온몸이 부서질 듯 가슴 아파 두볼을 적시던 눈물도 어느새 다 발라버려 가슴은 바직바직 타들고, 너무 보구싶어 가슴은 또 타들고, 이 가슴의 뚜껑을 열어보면 새까만 재만 남았을 거예요. 사람이 아파봐야 아픈 사람 심정 안다고 이산가족의 아픔이 이렇게 아픈 줄 내가 당하고야 알았어요.


내 몸의 어느 한 부분과도 같은 내 언니, 오빠!

그 뼈아픈 8년이란 세월이 있었기에 나는 이 세상 보는 눈을 다시 떴고, 이렇게 당당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이 땅에 닻을 내릴 수 있었으며 남은 인생이나마 이 세상에 태여난 인간으로서의 사명을 다하며 보낼 수 있게 되었지만 고향의 형제들 때문에 너무도 아픈 마음의 상처가 더 깊이 패워야 할 테니 앞으로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역시 힘든 나날이 아닐 수 없겠죠?


나의 존경하고 사랑하는 오빠, 언니.

우리 서로 만나 얼싸안을 길은 오직 통일, 통일, 통일뿐이죠?


북녘의 형제, 자매들과 남녘의 우리 형제, 자매들이 하나로 똘똘 뭉치면 무엇이 두렵겠어요. 어서 빨리, 하루빨리 저 높은 분단의 장벽을 허물고 우리서로 얼싸안을 그날을 위하여 힘차게 노력하고 투신할 때 반드시 그날은 오고야 말 것입니다.


우리 모두의 목표는 통일, 통일, 통일입니다.

너무도 보고 싶은 언니, 오빠. 오늘은 시간상 관계로 여기서 잠시 펜을 멈추렵니다.

이렇게 글로나마 오빠, 언니를 잠시라도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즐거웠어요. 사랑해요.

오늘 하루도 또 역시 억세게 견디여내세요.

“화이팅” 래일 다시 뵈요, 안녕.


2007년 6월 26일

막내동생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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