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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철이에게2007/10/12
관리자

사랑하는 철이에게 

이희옥


  꽃이 피고 새가 우는 화창한 봄날에 작별의 눈물 흘리며 헤어진지도 어언 일년이 돌아 왔구나. 멀어져 가는 기적소리를 뒤에 남기고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머금고 슬픔과 기쁨이 엇갈렸던 작별 인사가 영원한 이별의 아픔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구나.


  그동안 편지 한 장 전하지 못한 이 어머니를 용서하여라. 그 사연은 통일의 그날 이야기 하자구나. 사랑하는 손자, 손녀, 일가친척 모두 다 잘 있는지? 보고 싶고 알고 싶은 것이 너무도 많구나. 어머니가 아들에게 사죄의 글을 전한다. 사랑하는 철이야. 놀라지 말아라. 어머니는 지금 대한민국에 와 있단다. 과연 꿈에도 생각 못할 일이지. 이제나 저제나 어머니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텐데 이렇게 한국에 와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깜짝 놀라겠지. 이렇게 오게 된 사연은 통일의 그날에 상세히 이야기하기로 하자꾸나.


  비록 몸은 이곳에 와 있어도 마음은 언제나 너희들 곁에 있단다. 함께 오지 못하고 두고 온 것을 못내 후회하면서 마음의 상처를 달래곤 한다. 사랑하는 아들아, 나는 대한민국에 첫 발을 들여 놓는 순간부터 정부의 따뜻한 사랑과 관심 속에서 일생에 누려보지 못한 생활을 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집도 주고 정착금도 주고 의료보험 일종으로 병이 나도 무상치료를 해주며 여러모로 우리 탈북자들을 보호해 주고 배려해주고 있다.


  이곳 한국사회는 자기만 열심히 일하면 잘 먹고 잘 살수 있는 민주주의 자본주의 사회란다. 아무리 뼈빠지게 일하여도 잘 살수 없는 사회주의 사회와는 다르다. 과연 무엇부터 먼저 말해야 할까. 처음으로 자랑하고 싶은 것은 스물 네시간 마음대로 전기불을 보는 거야. 그곳에서는 명절용으로 잠시 잠깐 보내는 전기불인데 여기서는 대낮에도 휘황찬란하게 켜놓고 나라의 문명을 자랑하고 있다.


  이렇게 전기를 마음대로 쓰니 그곳에 있을 때 일이 새삼스럽게 생각난다. 언젠가 전기밥가마를 몰래 쓰다가 전기검열을 왔다고 하여 문을 열었는데 그때 가슴 떨리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전기를 쓰는 것이 무슨 죄라고 죄 아닌 죄로 여기 저기 불려 다니며 잘못했다고 빌며 굽신거리던 일을 생각하면 어처구니없구나. 마음대로 전기제품을 쓰며 거리마다 휘황찬란하게 밝혀 놓은 것을 볼 때면 저도 모르게 이웃에 있는 북녘 동포들도 우리처럼 살겠는지 하는 생각이 떠오르곤 한단다.


  그리고 언어의 자유, 인간에게 있어서 자유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생명이다. 그 어떤 틀에 얽매이지 않고 마음대로 말하고 시위도 하고 그야말로 모든 것이 자유로운 것이 민주주의 사회란다. 그곳에서는 언행에서 항상 주의해야하고 유일사상 체계대로 살아야하니 숨 막히는 사회였지.


  그리고 그곳에서는 당 중앙 간부들이나 타고 다닐 수 있는 고급 승용차들인데 이곳 국민들은 그 누구나 사람마다 차를 타고 출퇴근을 하고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거미줄처럼 늘어진 도로를 달리는 승용차들을 볼 때면 정말 생각되는 것이 많구나.


  그리고 이곳 도로는 그림에서도 볼 수 없는 참으로 기기묘묘하게 건설하였다. 도시이건 농촌이건 그 어느 곳에 가보아도 탄복한단다. 서울의 건설 면모를 보면 마음속으로 죄책감을 느끼곤 한다. 이 나라의 건설에 흙 한 삽 보태주지 못하고 나라의 혜택만 받고 살자니 미안하구나. 그리고 이 나라 국민들이 얼마나 수고가 많았을지, 그 지혜와 슬기로움을 새삼스럽게 생각하곤 한단다.


  그리고 이곳 서울에는 그 어느 곳으로 가든지 문화후생시절이 잘 갖추어져 남녀노소 누구나 다 마음껏 즐기고 운동할 수 있단다. 어디로 가든지 계절따라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하고 그야말로 꽃의 나라다. 세상에 보지 못했던 이름 모를 꽃이 그 어디로 가든지 사람들을 반기고 있는데 이것이 그 나라의 문명을 말하는 것 같다. 나는 매일 아침 녹음 우거진 한강 보도길에서 조기 운동을 하면서 신체단련을 하고 있다.


  이 나라야 말로 육십 청춘 구십 환갑을 노래하는 지상낙원이다. 냉장고에는 언제나 생선과 육류, 과일, 음료가 차고 넘치고 그곳에서 김정일 생일날에나 한두 알씩 맛볼 수 있던 계란을 먹기 싫어서 사지 않을 때면 그곳 손자, 손녀 생각으로 목이 메곤 한다.


  북한에 있을때엔 가스로 밥을 지어 보았으면 원이 없겠다고 하였는데 지금은 가스불로 순식간에 음식을 하고 있다. 어쩌면 북한 생각이 저절로 떠오른다. 땔감이 없어 거리 바닥에서 나무 조각을 주어 구멍탄 불을 피울 때면 눈물 흘리며 겨우 불을 피워서 밥짓는 것이 제일 힘든 일이었지. 더운물 찬물이 마음대로 스물 네 시간 나오니 샤워도 마음대로 하고 불편한 점이 하나도 없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창덕궁, 경복궁, 덕수궁, 광화문 등 옛 궁궐을 참관하였다. 참으로 옛 조상들의 건축기술에 대해 탄복하기도 했고 몇천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슬기로움을 깨닫기도 하였다. 그리고 서울대 공원에도 구경갔었다. 세계 각국의 진귀한 동물들을 보면서 너희들과 함께 평양 동물원 구경을 하던 생각이 떠올랐다. 돌고래 교예는 참으로 혼자 감상하기에는 아까운 것인데 사랑하는 아들과 손자, 손녀의 손목을 잡고 마음의 외로움이 없이 즐겁게 보내지 못하는 것이 한스럽구나. 분당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마음대로 자유로이 오갈 그날이 오기를 일일 천추로 갈망하건만 그 소원은 꼭 실현되리라고 믿는다.


  그리고 몇일전에는 통일전망대와 임진각에 올라가 북한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었어. 지척에 고향을 두고도 마음대로 오갈 수 없고 분단의 긴긴 세울 부모, 형제 헤어져 소식조차 전할 길 없는 민족의 슬픈 비극이 언제면 끝날까 하고 북녘 하늘을 오래 오래 바라보는 마음은 참으로 아팠다. 북녘으로 향한 녹슨 철길을 보면서 기적소리 높이 울리며 제주에서 백두까지 오고갈 그날이 꼭 오리라고 확신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보고 싶은 철이야, 이 어머니 마음을 이해하리라고 믿는다. 언제나 너희들과 함께 있고 싶고 즐기고 싶은 것이 어머니 마음인데 그러지 못하는 어머니 마음 언제나 괴롭구나. 외롭고 아픈 어머니 마음 무슨 말로 어떻게 표현할 수 없단다. 그저 흘러가는 세월에 몸을 맡기고 통일의 광장에서 얼싸 안을 그날을 그리며 우리 서로 힘차게 살아가자.


  하나된 강호에서 한 민족이 화목하게 살아갈 그날이 꼭 오리라고 확신하면서 흐르는 필을 놓으련다. 약한 몸 부디 건강하여 만나는 그날까지 잘 있어라. 그리고 손자, 손녀들도 이 나라를 떠받들고 나갈 기둥으로 잘 키우기 바란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건강이니 몸을 잘 돌보기 바란다. 안녕히.


2007년 6월 9일

어머니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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