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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 은희와 금희에게2007/10/12
관리자

사랑하는 딸 은희와 금희에게

유영심


  사랑하는 나의 딸들, 보고 싶은 딸들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하는 너희들을 두고 두만강을 넘은지도 1년이 되어왔구나. 너희들에게 간다는 말을 하고 떠나자니 울며불며 생이별을 차마 할 수가 없어 잘 있으라는 말 한마디 남기지 못하고 가만히 집을 떠난 매정한 이 엄마다.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안타깝게 엄마를 찾아 헤맸을 너희들의 모습을 눈앞에 그리며 눈물로 빌었다. “이 엄마를 제발 용서해 달라.”


  눈물을 흘리며 두만강 건너 사선을 헤치며 한국까지 오는 길은 말 그대로 죽음을 각오한 치열한 전투였다. 잡히면 죽으리라 독약을 몸에 품고 비장한 각오로 떠나는 길이었기에 사랑하는 너희들을 데리고 떠날 수 없었다. 나는 늙었으니 잡히면 죽을 것이나 너희 둘만은 그 위험한 길로 내 몰 수 없는 이 엄마의 애절한 심정이 결국 이별의 안타까움을 겪게 되었구나. 죽음의 고비를 수없이 넘으며 3국까지 무사히 도착하여 몸에 품고 온 독약을 내리면서 너희들 생각에 흐느껴 울었다. 지금 이 편지를 쓰는 순간도 너희들 생각이 가슴을 찔러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려 글도 바로 쓸 수가 없구나.


  5개 국경을 넘어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도착하는 순간 나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밤을 대낮처럼 밝힌 화려한 전등불장식, 줄지어 늘어선 우아한 아파트들, 거미줄마냥 뻗어 나간 도로들, 그 위로 줄지어 달리는 승용차들은 나를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나는 버스를 타고 서울 시내를 달리면서 이것이 과연 꿈인지 생시인지 느낌이 잘 가지 않았다. 나는 슬그머니 나를 꼬집어보았다. 아픔을 느끼는 순간 과연 나의 시야에 펼쳐진 이 모든 것이 꿈이 아닌 현실이라고 새삼스레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너도 알지만 우리야 북한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이 현실을 내가 어찌 쉽게 믿을 수 있었겠니.


  대성공사와 하나원을 거쳐 서울시 양천구에 14평짜리 아파트를 받았는데 들어서는 순간 담당형사와 적십자의 도우미들이 어찌나 살뜰히 돌보아 주는지 감탄할 정도다. 내가 북한에 있었다면 언제 이런 호화주택에 냉장고, 세탁기, 천연색 텔레비전을 놓고 전기와 가스로 밥을 하고 난방까지 보장되는 호화로운 생활을 해보겠니. 정말 이북에서는 말하는 ‘여성들이 가정일의 무거운 부담에서 완전히 해방된 나라’가 여기 한국이다. 또 집을 나서면 마음대로 버스와 택시를 타고 자기가 희망하는 곳으로 갈 수 있고 서울시내는 전철을 타고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단다. 정말 지상 천국이다. 물론 한국 사람들은 만족을 못 느끼지만 지지리 고생만 하던 우리로서는 여기를 지상천국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구나. 텔레비전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서로 도와주는 천사들을 보면서 인정사정없는 북한, 말로만 선의를 외치는 북한을 생각하며 감탄하곤 한다.


  사랑하는 딸들아 여기 와서 이 엄마가 행복하면 할수록 두고 온 너희들 생각에 목이 메어 밥이 목에 넘어가지 않고 눈물이 앞을 가려 밤에도 잠을 이룰 수가 없구나. 다행히 죽지 않고 살면 돈을 벌어 너희들을 도와주리라 생각했는데 여기 와서 모든 것이 자유롭고 행복한 생활을 직접 겪어보니 너희들을 데리고 못 온 후회가 가슴을 치는구나. 내가 이런 생이별의 고통을 겪을 줄 몰랐구나. 우리가 21세기의 이산가족이 된 것이 어마나 원통한 일이냐.


  은희야, 금희야!

  하루에도 수십 번 불러보는 너희들의 이름. 언제면 우리 서로 만날 수 있을까?! 눈만 감으면 사랑하는 딸들의 얼굴, 뒤에는 손자 주현이, 대근이 얼굴이 떠오르고 다정한 사위의 얼굴도 어른거려 정말 미칠 것 같구나. 밥상에서 계란 반찬이 남아도는 것을 보면 계란을 좋아하기로 소문난 주현이 생각이 가슴을 쳐 목이 콱 메고 눈물이 앞을 가려 슬그머니 밥술을 놓고 만단다.


  은희야, 금희야. 우리 굳세게 살자. 너희들은 북한에서 나는 한국에서 보이지 않는 마음 서로 의지하며 굳세게 살자. 상봉의 그날을 그리며 살자. 이산가족의 슬픔을 종결지을 날은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나도 굳세게 이를 악물고 살련다. 이 땅에 통일의 그날은 반드시 오리라 굳게 믿으며……. 사랑하는 나의 딸들아,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부탁한다. 우리는 꼭 만날 것이다.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좌절하지 말고 이 엄마가 소식을 띄울 때까지 참고 기다려라. 상봉의 날은 꼭 올 것이다. 이 땅에 만민이 기원하는 조국통일은 기어코 도래할 것이다. 그날까지 몸 성히 아이들도 잘 키우고 남편과 사이좋게 굳세고 억세게 살아라. 엄마는 두 손 모아 하나님께 열심히 기도를 드린다. 내 딸, 내 손자, 내 사위들을 잘 돌보아 넓으신 날개 안에 품어주시고 하늘 천사를 보내어 남북을 통일시켜달라고……. 안타깝게 드리는 어머니의 기도가 복 받을 날이 꼭 있을 것을 기원한다.


이 편지가 너희들에게 갈수 없으니 안타깝다.

사랑하는 내 딸들아 부디 안녕히


2007년 8월 22일

어머니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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