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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보고 싶고 안기고 싶은 어머님께 드립니다2007/10/12
관리자

항상 보고 싶고 안기고 싶은 어머님께 드립니다

김대연 


  어머님 !

  어머님을 마지막으로 뵌 지도 10년이란 세월이 지났습니다. 지금 어떻게 지내시고 계신지? 연약하시면서도 잔잔하시던 어머님께서 이 아들 때문에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 하고 있음을 저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타국도 아닌 내 나라 내 땅에서 인공적으로 가로 막힌 38선 철조망 때문에 언제나 그리운 어머님을 뵙지도 못 하고 소식도 전하지 못 하니 이 세상을 원망하기도 하고 불효한 저 자신을 원망하기도 하면서 저 역시 어머님이 너무나 보고 싶어서 밤에도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제 나이가 30살을 훌쩍 넘었으나 저는 여전히 어머님의 사랑도 듬뿍 받고 싶습니다.

 

  어머니! 지나온 10년 세월을 돌이켜보면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중학교를 갓 졸업한 제가 인민군 초소에 가게 되었을 때 "막내야! 제발 너만이라도 이 어미 곁에 있어주면 안되겠니?" 하면서 저를 따라오는 어머니의 주름잡힌 눈가장자리에는 모든 아픔을 대신하는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졌으나 저는 어머님의 그 모습이 안쓰러워서 사나이 대장부답게 태연한 척 하였습니다. 하지만 저 역시 어머니 곁을 떠나고 싶지 않았습니다. 감기 들세라, 추워할세라 힘들어할세라, 아들의 신변을 염려하시며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이 막내아들에게 바치신 어머님이신데...


  그래도 저는 재수가 좋아서 평양근교에서 인민군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수십 키로 되는 통신선을 어깨에 걸머쥐고 추울 때나 더울 때나 오직 전투임무를 수행하려는 자각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했습니다. 더욱 건장하고 모든 면에서 손색이 없는, 노동당원의 영예를 지니고 어머님 앞에 당당히 나서리라 마음 다지며 힘든 임무수행도 극복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나 자신은 사나이기 때문에 대범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편지도 잘 보내지 않았습니다. 제 운명이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지금 타는 몫까지 다 합쳐 애타게 이 막내 소식을 기다리는 어머님께 편지를 자주했을 것을... 어머니! 후회는 항상 뒤에 있는 법이니까요. 어머니께서 용서하셔도 저는 막강한 후회하고 있답니다.


  참말로 힘든 그 시절. 지방 인민들에게 몇 년 전에 식량공급이 끊기어 아사자가 연속 생기는 그 때, 이미 교직을 떠난 아버님께서 중국에 계시는 친척분들께 도움을 청하고자 국경연선 통행증을 떼 가지고 중국에 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10년 전 그때 제 나이가 20대 초반이라 저는 아버지께서 중국에 가서 희귀한 물건을 가져오면 친구들한테 다 나누어주고 자랑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중국에 가신 아버지께서 모든 일들이 제대로 안 되어 귀국기일이 지나자 북한 당국에서는 신경을 몹시 썼다지요. 더욱이 해방 후 곧 한국에 가신 큰 아버지와 사촌 누이들이 중국에 와서 아버님을 만났고 이 사실이 보이지 않는 보위부망에 걸려 그만 일이 망가지게 되었지요. 아무리 친형이라 해도 한국 사람을 만난 것이 "죄"가 되어 아버지를 체포하라는 명령을 받고 북한의 보위원들이 중국에 갔고 사전에 이 사실을 알게 된 아버님은 온 가족을 뒤에 남겨 놓고 한국행을 택하게 되었답니다. 아버님께서는 자신의 한국행이 조국에 남아있는 가족들에게 얼마나 큰 정치적 보복이 될 줄 뻔히 알면서도 고향을 등지고 돌아서는 그 발밑에는 흐르는 눈물이 땅을 축축히 적시었다고 합니다.


  그 다음 저한테까지 그 불통이 튀였습니다. 여단 정치부에 불려 갔는데 부모가 제대로 처신을 하지 못해 제대시킨다고 했습니다. 조선노동당원이 되어 훈장을 한 가슴에 가득 달고 고향에 가서 부모님 앞에 당당히 나서리라는 굳은 각오는 물거품이 되어 산산 조각이 났습니다. 빈 제대 배낭을 짊어지고 북행열차에 올랐는데 이 사실을 저한테 알리려고 큰 형님이 보낸 인편을 만났습니다. "대연아, 그 곳에 가면 나나 너나 수용소에 갈 수 있단다. 너의 큰 형이 나를 보내면서 뒤도 돌아보지 말고 압록강을 건너 중국에 가서 어떻게 하던지 한국행을 찾으라고, 죽지 말고 꼭 살아야 한다고, 절대로 잡히지 말라고 부탁 하더라." 그 길로 저는 어머님과 형님들이 기다리는 집에도 못 가고 앞뒤를 분간할 사이도 없이 압록강에 뛰어 들었습니다. 저는 참말로 재수가 좋은 놈인가 봅니다. 길에서 귀인을 만나 친척집에 있다가, 먼저 가신 아버님께서 길을 놓아 주어 많은 돈을 주고 한국에 무사히 올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아버지와 함께 있습니다.


  어머니!

  제가 마지막으로 보았던 그 날, 저는 너무나 기뻤고, 우리 부모님 같으신 분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라면서 자부심을 가졌습니다. 산과 들을 헤매고 다니면서 돼지풀을 뜯어 오고 온 마을의 뜨물을 죄다 모아서 먹인 돼지를 판 그 돈을 가지고 제가 근무하던 군부대에 오셨지요? 그 돈을 외화와 바꾸어 가지고 평양 외화상점에서 맥주 몇 병과 과일, 당과류를 가지고 와서 그 짐을 푸는 어머님의 손이 떨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남들이 안 보는 나무 그늘 밑에 데리고 가서 맛있게 먹고 마시는 저를 바라보시면서 그렇게도 기뻐하시던 모습을 영원히 잊지 못 할 것입니다. 너무나 물건 값이 비싸 전우들과 함께 나누어 먹일 형편이 못 되니 불가피한 일이었지만 저는 아이마냥 즐겁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군부대 지휘관들에게 저를 잘 봐 달라고 선물을 챙겨 주시었지요. 이밥 한 번 제대로 잡수시지 못 하시면서 작고 연약한 그 어깨와 머리 위에 이고 지고 다니면서 번 그 돈을 이렇게 쓰면서도 어머님은 힘든 기색 한 번 하시지 않았지요. 제가 어머니에게 "어머니! 체격이 더 작아진 것 같아요." 라고 하자 "이 자식아, 사람이 늙으면 다 그런 법이다. 우리는 그저 네가 건강한 모습으로 제대해서 부모님 곁에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릴 것이다." 하면서 너무나도 태연한 척 하셨는데 그 후 소식을 들으니 어머님은 몸이 몹시 약해지셔서 자리에 종종 누워 계셨다고 하더군요. 제가 얼마나 철이 없었습니까?


  우리는 이 곳에서 잘 먹고 잘 산다는 말을 하는 것 자체가 너무나 죄스럽습니다. 해마다 "어버이 날"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5월 8일인데 저는 그 날이 오면 어머님께 드릴 선물을 하나씩 하나씩 트렁크에 채워 놓고 있습니다.  트렁크가 넘쳐나기 전에 꼭 만나야 되는데...


  어머니! 금년해도 절반이 지나 갔습니다. 내년에는 어머님의 진갑인데... 이 세상이 너무나도 야속하고 원망스럽습니다. 꼭 저에게 효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야 합니다. 늙지도 마시고 건강하십시오. 다시 만나는 그 날까지 부디 부디 건강하세요.

안녕히 계십시오.


2007년 6월 15일

어머님을 많이 많이 사랑하는 막내 대연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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