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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도 너무 그리운 큰언니에게2007/10/12
관리자

꿈에서도 너무 그리운 큰언니에게

  이복녀


  언니, 헤어져 이젠 10년 세월이 흘렀습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그 세월 몹시 늙으셨을 언니의 모습을 꿈에서라도 한번만 만나 뵈었으면 좋으련만 지척이면서도 먼 남쪽 땅에서 죄스러운 마음으로 막내 동생 문안드립니다.


  언니, 그곳에 살고계신 나의 모든 가족들이 굶고 계시는 꿈을 꿉니다. 매일 밤 잠자리에 악몽과 같이 떠올라 떨쳐버릴 수 없습니다.


  언니, 내가 북한을 떠나오던 날 작은언니와 오빠한테 이야기하려고 찾아갔었는데 차마 말할 수 없어서 말하지 못하고 떠나왔습니다. 이 동생을 용서하여주십시오. 떠나오던 날 저녁 10시 30분에 철다리 위에서 어깨가 축 쳐져 맥없이 퇴근해오던 오빠와 마지막으로 마주쳤지만 북한을 떠나 중국에 간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남편 심부름을 간다고 거짓말했는데 그것이 오빠와의 마지막 이별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언니, 그때 그날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미여지고 눈물이 저절로 나네요. 그 이듬해 굶어 돌아가신 오빠 앞에 너무 미안하고 죄스러워서 좋은 것을 먹을 때도 목에 가시같이 걸리고 가슴에 맺혀있군요. 언니, 아버지 일찍 돌아가시고 5대독자인 오빠가 내 아버지 못지않게 늘 걱정해주고 바쁜 일이 생길 때마다 항상 챙겨주고 날 도와주었는데 보답은 못할망정 오빠가 근심하게 해드린 죄 너무너무 미안합니다.


  언니, 너무 가슴 아프고 생각하면 숨 막히는 이 심정을 하늘이 알고 땅이 알아요. 생전에 하시던 어머니부탁이 “내가 죽으면 하나밖에 없는 오빠를 나대신 잘 돌봐주어라” 라고 하셨는데 나만 살겠다고 이 먼 땅 한국에 왔으니 내가 지은 죄 돌아가신 오빠한테 용서를 빕니다.


  언니, 그동안 아저씨도 병으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중국에 있는 외삼촌한테 들었습니다. 형제들과 헤어져있어도 늘 마음은 그곳에 가있습니다. 먼 타국생활 10년 세월 많은 곡절을 이 편지로 이야기하자면 장편 소설을 써야 될듯 싶습니다.

  언니, 언니도 이젠 60이 훨씬 지나 몹시 늙으셨겠지요. 너무 살기 어려웠을 때는 마음뿐 그냥 지나쳤었는데 한해 한해 나도 이젠 늙어 가는가 봅니다. 형제들이 너무 그립고 다시는 영영 만나지 못하면 어쩌나 두렵고 무서운 생각에 가슴이 아픕니다. 언니, 딱 한번이라도 마주앉아 그 동안 얘기하고 싶었고 가슴에 맺혀있던 이야기를 함께 나눌 날이 있을까요.


  언니, 나도 막내아들 철주를 잃어버리고 10년 세월동안 살아있는 것이 나로서도 기적이에요. 첫해에는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지나가는 철주 또래 아이들을 보면 금방 미칠 것 같더니 이젠 10년이 지나다 보니 조금 나아집니다. 언제쯤이면 내 곁에 다시 돌아오겠지 한 가닥 희망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언니, 이 편지가 언니의 품으로 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너무너무 사랑하고 보고 싶은 내 언니 언제쯤 마주앉아 그 기간 가슴 아팠던 회포 나눌 그날이 올까요. 그날까지 건강하고 꼭 살아주셔야 합니다.


  언니, 나도 그동안 막내아들 잃어버린 죄로 늘 가슴 한 켠이 뻥 뚫려있고 가슴이 답답하네요. 부모님 돌아가셨을 때는 늙으면 돌아가시는구나 라고 생각했었는데 어린 자식을 잃어버리고 보니 살 희망이 없어지더군요.


  언니, 그러나 이제는 살아있으면 꼭 다시 만나겠지, 이 한가닥 희망을 안고 살아간답니다. 언니도 이 동생을 만나 늘 함께 있을 날을 기대하면서 행복하게 사세요. 다시 만날 그날까지 통일되는 그날까지 부디 안녕하시고 건강하세요.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다음 편지에 또 할게요.


사랑하고 너무너무 그립고 보고 싶은 언니 안녕히 계세요. 다시 꼭 만납시다.


이복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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