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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로 하늘에 전달돼 아빠께 보내주세요2007/10/12
관리자

기도로 하늘에 전달돼 아빠께 보내주세요


  곽현숙


  사랑하는 아버지에게


  아버지 안녕하세요. 아빠의 맏딸이 멀리 남한 땅에서 그리움을 안고 이 편지를 씁니다. 아버지께 직접 닿을 순 없지만 내 마음만은 아빠가 알아주실 거라고 믿어요.


  아버지, 고향땅을 떠나온 지도 3년이란 짧고도 긴 시간이 흘렀어요. 그 험한 세월 저를 키우시느라 고생이 많으셨는데 이렇게 떠나온 딸이 죄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이 땅에 와서 먹는 걱정 없고, 아파도 돈 드는 걱정 없지만 단 한 가지 아버지를 그곳에 두고 온 죄가 이 마음을 아프게 하네요.


  저를 힘들게 키워주신 새엄마한테 평생 갚지 못할 사랑을 받고서도 이렇게 한순간에 멀어져서 연락도 할 수 없고 볼 수도 없으니 나쁜 딸이란 걸 알고도 남습니다.


  너무나 큰 슬픔을 안고 항상 그리움과 외로움에 가슴을 태우며 만날 날을 기약하고 사는 우리 인생이 한탄스러워요. 그래도 많이 웃고 열심히 살고 있어요. 아빠가 바라시는 게 이런 거니까요. 고향을 떠나올 때 아빠가 그러셨죠? 가서 잘 살라고...


  근데요 아무데서나 최선을 다하며 사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 세상의 이치는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으란 것 같아요. 내가 자유를 얻었으니 아빠를 잃고 고향을 잃었어요. 이런 그리움 겪어보는 이 순간에 알지 아마 알 수가 없을 걸요.


  낮 설고 물 설은 여기 와서 같은 민족이라고 하지만 뭔가 서먹서먹한 기분이 들고 친척, 친구, 같이 공부하고 뛰어놀던 소꿉 애들도 없이 홀로 모든 걸 다 이겨나가야 하자니 막막해요. 돈 벌어서 아빠를 잘살게 해줘야 한다는 생각은 한 순간도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데 그게 마음먹은 대로 되질 않고 앞으로의 삶이 무엇을 만들어줄지…….

  보고 또 보고 싶어요. 내가 겪고 있는 이 아픔을 알아주실 분이 있다는 생각으로 한 가닥 희망을 가지고 최선의 노력을 하겠습니다. 북한 사람들은 알 수 없는 하나님을 나는 믿고, 그분이 계신다는 걸 믿고 있어요. 이런 글이 도무지 이해가 안 되시겠지만 제 힘 만으론 알 수 없는 세상을 견뎌낼 수가 없어요. 누구보다 슬픔이 많고 불편한 다리, 불편한 손을 가지고, 동생을 지옥 같은 감옥에 넣고도 이렇게 살 수 있고 잊을 수 있는 건 위로해주고 제 상처를 치료해주시는 누군가가 있는 거예요. 그분이 언젠가 갈라진 우리 남북을 통일하여주시고 아빠와 우리가족이 다 만날 수 있게 해주실 걸요. 그날을 당겨주시길 기도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뜻밖에 사고로 다리 다치고 장애인이 되어서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내가 미래를 생각해서였습니다. 아빠는 모르셔도 죽을 생각 얼마나 많이 하고 한탄을 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내가 바보라는 생각이 드네요. 모든 것을 이기고 살아서 여기까지 온 것은 누군가의 도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열심히 믿고 의지하는 게 내가 사는데 밑천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모든 걸 하늘에 맡기고 아빠와 만날 날을 기약하며 열심히 사는 딸이 되겠어요. 그 어디에 살던 사람이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언젠간 좋은 결과가 이루어지는 법. 아무리 못 먹고 못 입고 사는데 힘이 들어도 그리운 것만큼 어려운 것 없나 봐요.


  북한 땅에서 아무리 열심히 노력하고 일해도 받는 대가는 새 발의 피, 보는 것 없고 달라지는 것이 없이 우물 안에 개구리 마냥 생활하는 게 인간의 생활이 아니에요? 그런데서 해방되기 위해 내가 이곳으로 왔고 지금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누리고 있어요. 내가 선택한 이 길이 정말 옳은 길이였구나, 생각하고 이 선택이 더 정답이 될 수 있게 살겠어요.


  아빠도 자유를 찾는 그 날을 내가 만들 거예요. 조금만 참고 사세요. 딸을 다시 보는 날을 기다리시며 절대로 아프지 마시고 사시길 바랄게요. 이 편지가 그대로 전달될 수 있는 그 날이 올 거라고 믿으면서 썼습니다.


  내 태가 묻고 나서 눈물과 웃음으로 이루어진 나의 고향 항상 마음에 담고 살겠습니다. 그럼 다시 고향땅을 밟을 그 날을 기대하면서 갈라진 우리 북한 새터민 유랑민 모두에게 힘과 용기와 인내가 있기를 바랄게요. 힘내세요. 이별의 눈물이 마르고 기쁨의 눈물 흘릴 날 기대해 보는 거예요. 항상 건강하시고 모든 걸 하늘에 맡기고 상봉의  그날을 기다리며 살아요.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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