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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조카 일옥아! 미안하다2007/10/12
관리자

그리운 조카 일옥아! 미안하다 

김영월


  일옥아! 너는 나를 제일 따랐고 고모라면 무엇이든 다 줄 정도의 친근한 조카였다. 그동안 잘 있었니? 현석이도 너의 신랑도 다 잘 있니? 지금 무슨 벌이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생활은 지금 어디서 하고 있는지... 먼저 있던 주소로 편지를 보낸다. 네 신랑 직업을 옮겨주지도, 거주 시켜주지도 못하고 와서 미안하다.


  내가 사는 이곳은 한국 땅이다. 북한에선 남조선이라 하면 절대 벽을 쌓고 방송도 못 듣게 하지만 정작 내가 와 보니 거기서 듣던 한국이 아니구나.


  보고 싶은 조카 일옥아,

지금 또 명천에 나가 있니? 지금도 잠수복 입고 바다 작업하니? 집 없고 돈 없어 명천에 가서 잠수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요새도 동막 생활 하면서 벌어서 사는지? 나는 예상치 않았다가 갑자기 떠나다 보니 일가친척들한테 전혀 알리지 못했어. 하긴 내가 이곳에 온 것이 알려지면 항공기 기장하고 있는 내 동생, 평양 00공대 교수로 있는 동생도 다 위험 할 줄 알면서도 너무 그리워 몇 자 전한다.


  그 때 ‘외화벌이’에 당적을 걸고 ‘8.3’을 하면서 좀 벌었니? 집도 사고 고정 직업도 가져야겠는데 그 때 ‘농촌연고자’라고 거주시켜주지 않았지? 농촌사람들 정말 불쌍하다 대를 이어 농촌에서만 살게 하고 후대들한테도 외국어도 안 가르치고 항상 정전되어 까막 나라지. 편의 봉사망도 돌지 않지...


  하긴 도시에서도 공장들이 잠잠하지. 어떤 큰 공장은 부속을 몽땅 떼다 팔아 먹어서 영영 돌아갈 수 없는 상태였지. 산은 다 불타고 나무도 없고 세금은 많고...


  일옥아! 지금도 크로스장갑 거두고, 변압기유 도둑맞아서 사 넣고 그러니?  아침이면 청소하러 나오라, 눈 오면 눈 치우러 나 오라, 토론 닦기 나오라 등등 별의별 세 부담이 많고, 안전반 동원은 얼마나 많으냐. 나가지 못하면 대신 돈을 내야하고, 지금도 변함없이 그렇겠지? 손님 한 사람만 와도 ‘숙박 등록부’ 에 등록하고 안전부에 가고, 다른 도에 갔다 오자면 통행증을 내야하고, 평양에 갔다 오자면 승인번호를 받아야 하고, 그 번호 가지고 안전부 2부에 가서 평양 통행증을 내야 하는데 어지간해서 가기 힘든 평양이었지...


  일옥아! 이곳 대한민국은 ‘통행증’이란 말이 없단다. 놀라지 마라. 마음대로 다닐 수 있어. 여기는 자유민주국가여서 대통령도 국민이 선출 해. 또 대통령이 다른 나라 방문할 땐 다 뉴스에서 공개해 놀랍지? 국민들이 아주 화목하고 서로 배려하고 살아가는 나라야. 내가 중국 있을 때 한국가면 옷도 가구도 다 좋은 것들 그대로 다른 사람 쓰라고 거리에 가져다 놓는다 해서 믿지 못하고 의심했었어. 너도 이 고모의 말을 믿기 어렵지? 참 좋은 곳 이란다. 옆집에 누가 오든, 무엇을 하든 모르고 ‘숙박등록’이란 말도 아예 없어. 다른 나라에도 본인 결심으로 마음대로 왕래하는 자유국가란다. 명절에만 먹던 ‘대한민국’이란 흰쌀을 매일 먹어, 무슨 곡식이든 많고 많아, 도시가 깨끗하고 질서정연하고 눈이 모자라게 펼쳐진 승용차 행렬, 그림처럼 펼쳐진 도로들, 볼거리, 먹을거리 수없이 많아, 무슨 물품이건 가는 곳 마다 풍년이야.


  일옥아! 이 몇 줄의 글로서 도저히 이곳의 풍경을 형언하긴  힘들단다. 이곳은 도시와 시골의 차이도 별반 없단다. 다 규격화된 집들이며 문화유적들이 많고 씨뿌리기 작업부터 수확까지 전기화, 기계화 되었어. 이 고모는 저번에 부여에 국립전람관을 다녀온 적 있는데 그때 수확한 논에 동그랗게 말아놓은 큰 볏짚 낟가리, 밭에서 기계가 작업하면서 즉시 쌀이 나와. 어떻게 표현하면 네가 이해될까?


  여긴 한국 땅이야. 일옥아, 나는 부러운 것 없이 살고 있어. 젊은 시절은 굳게 닫힌 북한 땅에서 속절없이 늙었음을 절감하며, 두고 온 가족들 행복하도록 너에게 전한다. 일옥아! 이 고모의 걱정은 전혀 말고 너희나 집 장만하고 고정 직업도 얻고 현석이와 잘 살아라!


통일의 문이 열리는 날 하나된 조선 만세를 목청껏 부르자.

그립다 일옥아! 잘 있어라.


한국에서 고모가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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