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친구 련순에게!
장충실
련순아! 잘 지내고 행복하게 아들 딸 낳고 잘 살고 있으리라 믿으며 이 편지를 쓴다.
이렇게 펜을 드니 학창시절로 돌아간 느낌인 것 같아!
한 날, 한시에 입학하여 졸업까지 너와 함께 했던 시절이 차곡차곡 밟혀오는구나.
련순아! 우리 학교 뒷산 과수원에서 기타치며 노래하고 산울림 된다고 누가 목소리 큰 지 내기했던 일! 붉은청년근위대에 가기 전에 생리대 준비한다고 미녀 5총사가 삼십 리 되는 시골마을로 사러갔던 일! 농촌지원 때 일 끝나고 몰래 생강 훔치던 일과 내가 방송국경비대원하고 다투던 일! 참 많고 많은 기억을 심어놓은 학창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때 그 시절로 시간을 돌려놓고 싶어! 오과에 뽑혀서 가지 않겠다고 아니 부모님 못 보낸다고 하였기에 넌 오과에 입대하고 난 결혼하고...
그 후 2년 뒤에 네가 정복입고 나 찾아왔을 때 얼마나 부러웠던지...
나는 부모님 말씀 안 듣고 갔더라면 애기 엄마는 안 되었을 텐데, 또 이렇게 힘들게 살진 않을 텐데...
후회가 밀려오고 알지 못하는 그 무엇이 너는 높은 좌석에 앉은 양반 같고 나는 낭떠러지에 떨어져있는 날개 부러진 가냘픈 새와 같은 그런 존재라고 초라하게 느꼈었어.
그런데 지금은 아니야! 부모님이 너무 감사하고 고마워!
그 순간만큼은 내가 이 세상에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싫었고 나를 낳아준 부모님이 원망스러웠어! 그 잘못된 생각을 여기 남한 땅에 와서야 감사함을 깨달았단다.
내가 너와 함께 오과에 입대했더라면 지금 같은 행복한 내가 있을까 하고, 많은 사람들이 보면 너무 예쁘다고 하는 말과 멋진 남편 사랑스러운 아들을 준 고맙고도 행복한 가정을 주고 항상 나를 옆에 보살펴 주는 부모님!
이런 행복을 가진 이들도 있지만 못 가진 이들도 더 많단다. 너도 알지 왜인지, 그 원인은 통일을 못했기 때문이고 인간다운 삶을 추구하며 살지 못하는 것을 모르고 사는 곳, 즉 우리가 태어나 학창시절을 보낸 우리 고향 북한 땅, 즉 북한사회 제도 현실이야!
혹, 너는 조금은 알거라고 생각해.
너의 남편이 대남전투원이니깐 잘 알고 있지 않을까 싶어.
하지만 부부간에도 지켜야 할 비밀은 있으니 또 말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
어쨌든 몸 건강하여 통일되어 우리 만나는 날까지 무사히 편안히 잘 있었으면 좋겠다.
그때도 예뻤지만 지금 애가 있는 아주마라도 너는 더 예쁠 것 같아.
애들도 너를 닮았으면 너무 예쁘겠다. 그치 그렇지! 한 번 안아보고 싶다.
우리 만나면 남편과 애들은 뒷전으로 하고 밤새껏 수다 떨며 맛난 것 먹고 바다로 놀러가자! 그리고 학교 뒷산에 기타가지고 우리 5총사 모여서 다시 한 번 해보는 거야!
해보고 싶은 것, 알고 싶은 것, 물어보고 싶은 것 다 뒤로 하고 만날 그 날만을 그리며 그립고 사랑하는 나의 친구 련순아,
오늘은 이만 수다 떨게!
안녕 서울에서 충희가 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