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
|
| total : 66, page : 4 / 4, connect : 0 |
|
|
|
|
|
 |
|
|
|
명 금 옥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들아, 보내지 못하는 편지인 줄 번연히 알면서도 오늘 엄마는 저린 가슴을 부둥켜안고 한자 두자 이 글을 쓰고 있구나.
바람세찬 동북 땅에서 철쇄에 묶여 중국공안에 잡혀가는 너의 마지막 모습을 본지도 이제는 어언 5년, 짧지 않은 이 기간 엄마는 독재의 발굽 밑에 시들어 갈 너를 가슴에 묻고 눈물과 한숨 속에 애 간장을 졸이며 죽지 못해 살아 왔구나.
눈만 감으면 삼삼 떠오르는 뼈밖에 안 남은 너의 모습, 품에 안고 있을 땐 죽 물을 우려먹어도 매일 매 시각 네 얼굴을 볼 수 있어 그것이 그대로 웃음이 되고 삶의 희열이 되어 사는 것이 행복이던 엄마였다.
다 큰 녀석이 밖에 나갔다가 빵 한 개라도 생기면 그걸 먹지 않고 주머니에 넣고 와서는 “자, 어머니, 인간답게 한번 먹어봅시다.”하고 싱글벙글 웃으면서 이 어미의 입에 넣어 줄 때 난 그 한 순간에 만 시름 다 잊어버리고 행복에 겨워 빵이 아니라 사랑을 씹었었다.
엄마에게 바치는 너의 사랑은 폐허 속에서도 변함이 없었고 그 같은 아들을 품에 안고 있는 엄마의 가슴엔 늘 행복만이 가득 찼었지.
하지만 세상은 우리 모자의 그 소박한 행복마저 지켜주지 않았다.
지척이면서도 갈 수 없고 거리 바닥에서 굶주림에 헤매고 있을 너의 참상을 뻔히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이 엄마의 안타까운 마음.
저 하늘에 대고 그 아무리 외쳐도 알아주는 이 없고 공허한 부르짖음만이 한을 품은 영혼처럼 내 여윈 가슴을 부둥켜안고 헤어 나올 수 없는 나락으로 자꾸만 이끌어 가는구나.
아, 영이야, 사랑하는 내 아들아,
자유의 터전 한 복판에서 한 가득 쌓인 풍요한 삶을 향유하고 살면서도 사탕 한 알 너의 입에 넣어주지 못하는 이 엄마를 제발 용서해다오.
먹는 밥이 모래알 같고 잠자리가 바늘방석 같아 안절부절 맴돌이치는 이 엄마의 생은 말 그대로 한과 절규의 연속인 것만 같구나.
엄마는 오늘 하도 네가 그리워 정부에서 준 돈 100만원을 품에 안고 여기 통일의 다리가 있는 임진각으로 나왔다.
이산의 한을 품고는 죽어서도 눈을 감을 수 없기에 두 눈을 부릅뜬 채 사랑하는 혈육의 영혼을 찾고 부르는 불우한 운명들의 한이 맺힌 이곳 통일의 다리에서 이 어미도 가슴에 묻은 사랑하는 아들의 이름을 부르고 또 불러본다.
영이야, 너 지금 어디에 있느냐?
그리고는 백만원의 그 돈을 원한 싣고 흐르는 임진강 물결 위에 두 손 모아 뿌려본다.
아무리 그런들 이 엄마의 가슴에 맺힌 한이야 어찌 풀리겠냐만 아들을 향한 엄마의 간절한 소원을 담아 향한 짓이니...
아들아, 부디 건강하고 언제인가는 이루어질 통일의 그 날 이 어미 앞에 나타나 찢어질 대로 찢겨진 엄마의 가슴을 너의 따뜻한 손으로 쓸어다오.
오늘도 내일도 계속 될 엄마의 편지, 민족분단의 비극적 현실 속에서 보낼 수 없는 편지를 한 장 두 장 쌓아두면 이제 그것이 산을 이루고 언젠가는 폭풍처럼 터질 회오리바람에 실려 그립고 보고 싶은 내 아들에게로 달려가 너를 싣고 다시 이 어미에게로 돌아오겠지.
그 때 내 한 생에 쌓인 피 눈물을 임진강 푸른 물에 훌훌 씻어 버리고 너와 함께 자유민주의 넓은 품에서 세상 행복을 만끽하리라.
그리고 너와 함께 세상에 대고 소리치리라.
다시는 갈라지지 말자고, 다시는 이 같은 비극을 되풀이 하지 말자고.
그날을 눈물 속에 그려본다. 꿈속에 펼쳐본다.
이는 반드시 실현되어야 할 우리 민족의 지상의 과업이다.
그날까지 무사해다오. 그리고 꿋꿋이 살아다오. 희망을 안고 확실한 미래를 내다보고 사는 인생은 언제나 강한 법이다.
아들아, 너도 알겠지.
그 아무리 어둠은 숨 막히도록 짙고 답답해도 밝아오는 여명 뒤로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어디론가 사라지는 그 이치를...
엄마는 다시 한번 너를 여윈 내 가슴에 안아본다.
그리고 그 어떤 힘도 갈라놓을 수 없는 혈육의 사랑을 어릴 적 네 머리맡에서 부르던 자장가처럼 기쁨을 안고 만 시름 잊은 모습으로 조용히 불러본다.
부디 몸조심해다오. 희망을 잃지 말아다오.
너를 사랑하는 엄마로부터
2006년 8월 15일 씀
|
61.72.5.78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