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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들에게2008/10/24
관리자




사랑하는 아들에게



최태희


명혁아, 모든 만물이 소생하는 새봄은 올해에도 어김없이 찾아왔구나.


너와 함께 맞이하지 못한 봄이 벌써 10번이나 되는구나. 그동안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현이, 옥이랑도 이제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어엿한 사회성원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 앞집에 살던 철이네 누나가 1년 전에 모진 고생 끝에 이곳에 왔다. 진료소에서 준의로 일하던 철이네 누나를 어느 모임에가서 만나봤는데 나를 알아보고는 자기 부모를 만난 것처럼 좋아 하면서 어린애 마냥 내 손을 놓지도 않고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않고, 서로 울고 웃는 모습에 주위 사람들 다 모두 울었다.



오는 도중에 남편과 생이별하고 하나밖에 없던 자식을 길가에서 얼어 죽었다고 하더라... 약초 관리소에서 작업반장을 하던 철이 매부는 중국에서 붙잡혀 북송되었다는데 그 후 아무소식도 모른다고 한다.



명혁아! 돌이켜보면 우리들의 운명도 소설 같구나. 혈혈단신 고아로 죽지 못해 살다가 9살 때 남에 집 며느리로 들어가 온갖 궂은일 마른일 가리지 않고 10년 세월 하다가 불구인 너희 아버지와 부부 인연을 맺다 너 하나를 이 세상에 낳았단다. 스무 살도 안 되는 몸이었으니 어머니가 된 기쁨은 이 엄마를 기쁘게 해 주었고 너의 아버지를 잘 돌봐 주리라 굳게 결심도 하였다.



그러나 6.25 전쟁이 일어나고 피난길에서 발견한 네 아버지는 대오를 따라가지 못하고 그만 폭격에 사망하자 100일 안 되는 너를 업고 북으로 , 남으로 피해 다니면서 용케도 살았던 것이 이 에미다. 그때 네가 이 세상에 없었다면 나 역시 네 아버지와 함께 죽었을지도 모른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이 에미 젖가슴을 헤치며 밝게 웃는 네 모습을 보면서 나는 절대로 죽지 않을 것이고 너를 잘 키우리라 굳은 결의를 다지었다.


그렇게도 힘든 세월을 너는 나의 생활의 기둥이 되어, 이 에미의 온갖 생사고비의 동반자가 되어 이 에미의 삶 전체를 용케도 지금까지 이끌어 왔단다.



명혁아! 네가 중학교를 마치고 직장에 나가던 날 성인이 되어 결혼 하던 날, 귀여운 손녀들을 이 할미 품에 안겨 주던 날 나는 더없이 대견하고 기뻤단다. 대학은 졸업 못했어도 너는 그들보다 모든 면에서 월등했고 국가로부터 훈장도 받아 타왔고 집안이 곤란한 것이 밑거름이 되어 남들보다 먼저 로동 당원도 되었고 에미에게는 온갖 효도를 이웃에는 다정한 벗으로, 직장에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귀중한 사람이 되었을 때, 그 모든 것들이 다 이 에미의 청춘과 바꾼 것이지만 나는 한 번도 후회 안했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갈 때까지 이 행복이 영원하기를 그처럼 기대했는데 운명은 이마저 여지없이 빼앗아 갔구나.


명혁아, 남들이 다 병들어가고 굶어 가던 날, 그래도 우리는 네가 약초관리소 뙈기밭에서 농사지은 알곡으로 죽이라도 먹을 수 있기에 나는 자랑으로 행운으로 생각했단다.



그러던 10년 전 어느 날, 네 처가 그 몹쓸 병 파라티브스에 걸려 우리를 두고 먼저 세상을 뜨고 우리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 세월이 흘러가고 손녀 애들 다 자라나고 너도 새 살림을 꾸리라고 모두들 권유하지만  너는 끝내 권유를 마다하더구나.



그러던 중에 인근마을의 착한 아주머니가 너한테 소개되었는데 그가 말하기를 전처 자식이 2명 있는 것도 그런데 노모까지 있어서 싫다고 한다는 말을 주변에서 들었다. 아직도 젊은 나이에 네가 어떻게 혼자 살겠니? 그래 주위사람들이 중국에 친척이 있으면 살길을 찾아 떠났는데 나도 사귄 친척이 중국에도 있고 한국에도 있다는 말을 들었기에 이 늙은 몸이 가다가 죽어도 그만 이라는 마음을 가지고 더는 너에게 부담 주지 않으려다 70살이 다 된 몸으로 조국을 등지고 두만강을 건넜다.



젊은 시절에 고생한 덕분에 내 몸은 강해졌고 결국은 중국까지 살아왔다.


오면서도 내내 없어지면 네가 추궁 받을 것이 두려워 유언장을 써 놓았지.


근데 누나한테서 들으니 북한에서는 내가 어디에 가 죽은 줄로 만 알더라.


참으로 다행이다. 그러나 이 에미는 80을 바라보는 오늘날까지 건강히 잘 지내고 있다.



나는 중국에 들어와서 한국에 와서 XX기업을 하는 집에 식모로 일했는데 그분은 참말로 마음이 착하더라. 내가 지나온 과거를 듣고는 자기 어머니가 걸어온 운명과 비슷하다면서 극진히 돌봐주더니 결국 그 분이 한국에 올 수 있는 통로와 자금을 마련해 주어 고생은 했지만 한국에 무사히 올 수 있었다. 물론 한국에 와서는 그 빚을 다 갚았다. 한국에서는 노인 복지시설이 참 좋다. 어떤 곳에서는 노인복지가 나쁘다고 시위를 하는데 북한에 비하면 천국이다. 15평짜리 아파트를 한 채 받았다.



국가에서 주는 보고금은 쓰고도 남는다. 주일마다 복지관에서 찾아와 여러 가지 불편사항도 알아보고  친 자식마냥 잘 돌봐준다.


나를 이곳에 데려다 준 사장님도 명절이나 생일날이면 잊지 않고 찾아준다.


함께 북한에서 온 친구들도 나보고 “독고노인”이라 하여 너무나도 잘해준다. 나는 흘러갔던 젊음을 되돌려진 것 같은 생각도 한다. 얼마 전에 보니  철이 누나가 이제는 자기가 내 보호자 되겠다고 자청해 나섰다.



이 늙은 몸 이처럼 주위에서 그처럼 아껴주기에 아무것도 불편도 없다. 너도 후에 재혼했다지... 딸들도 시집가고 아무튼 서로가 마음과 뜻을 같이하고 서로 아끼고 사랑하고 밭들 면서 잘 살기만을 바란다. 작년 말에 내가 모아둔 돈을 적지만은 보냈는데 그 사람의 말에 의하면 정확히 전달했다는데 그 말 이 사실인지?



어서 통일되기만을 바란다. 기회가 있으면 지원금을 또 보내니 죽지 말고 꼭 살아야 한다.


나도 반드시 아들 손으로 이 세상을 끝마치고 싶다. 부디 이 늙은이의 소원을 꼭 지켜다오.  건강히 잘 있어다오.


2008.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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