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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께 드립니다.2008/10/24
관리자




아버님께 드립니다.


최성진



꿈결에도 그리운 아버지!


아버지와 어머니의 품을 떠나서는 한시도 살수 없을 것 같았는데…….


오늘은 멀지 않은 곳에 있으면서도 안부조차 제대로 드리지 못하고 있는 이 딸을 용서하시리라 믿으면서 문안 인사드립니다.



칠흑같이 어두운 그날 밤 검은 구름이 덮이고 비바람 몰이치고 천둥번개가 일고 한치 앞도 분간할 수 없었을 때 아버님께서는 저의 손목을 잡고 “성진아! 하늘이 너를 돕고 있구나, 어서 떠나거라. 이 애비 어미는 이 세상을 많이도 살아왔다. 앞길이 창창한 너희들만이라도 자유로운 세상에 가서 마음 놓고 살아라. 꼭 죽지 말고 이 애비 고향에 찾아가거라.



혹시라도 친척을 만나거든 이 애비가 죽는 날까지 고향을 그리워했다고, 부모 형제들을 너무나도 사랑했다고...” 뒷말을 잊지 못하시던 그날 밤을 평생토록 잊지 못합니다. 괴나리봇짐에 싸 넣은 옥수수 떡 몇 개와 갈아입을 옷 몇 가지를 들고 저희 자매는 눈물, 콧물, 빗물로 온통 뒤범벅이 된 상태로 무작정 두만강 검은 물에 뛰어 들었습니다.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말 라시던 아버님의 말씀을 저희들은 지킬 수가 없었습니다. 미옥이는 계속 울면서 “언니야! 다시 돌아가자. 엄마 아빠가 없으면 우리가 어떻게 살아? 또 아빠 엄마는 우리 때문에 매일 울며 지낼 거야!”


우리를 두만강 기슭으로 떠밀어 주시던 그날 밤이 어제 일 같은데 벌써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되돌아보면 아버지의 운명은 너무나도 처참했습니다.


17살 어린 나이에 밥을 먹여준다는 인민군의 말을 듣고 뒤따라 간곳이 인민군 입대였고 38선이 막히고 고향 형제들과 생이별했고 혈혈단신으로 그때부터 힘겹게 살아오셨지요,



남한이 고향이라고 아무리 일을 열심히 하여도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고 어머니는 아버지가 노동당원이 되는 것이 최대 소망이여서 일 년 내내 기른 돼지를 3마리나 인민군 지원에 바치었으나 끝내 꿈은 이루어 지지 못했지요.


저 역시 고등중학교를 최우등으로 졸업했으나 아버지 성분이 확인 안 되어 상급학교에도 못가고 탄광에서 전차운전공을 하면서 “아버지는 하필 남조선이 고향이야?” 속으로 아버님을 원망도 해 보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너무나도 철이 없었고 단순한 것이 얼마나 송구스럽고 아버님께 죄스러운지 모르겠습니다.



그리운 아버지!


저와 미옥이는 두만강 검은 물속에 몸을 맡기고 아래로 떠내려가다가 나무 등걸 이에 걸려 요행 목숨을 건지고 고마운 중국 조선족 아저씨의 도움으로 중국 대안에 무사히 도착하였습니다.


그 아저씨의 집에서 옷도 채 말리우지 못했는데 누군가의 신고를 받고 들이닥친 중국 공안에 붙잡혀 갔습니다.



중국 공안 역시 나쁜 놈들이었습니다.


어느 날 “너희를 불쌍히 여겨 내 놓으니 후에 신세나 꼭 갚아라. 하면서 감방 문을 열어 주었는데 밖에서 어떤 부부가 우리를 어딘가 데려 갔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구세주>로 믿었는데 그들은 공안과 짜고 우리 같은 신분의 여성들을 팔아넘기는 <인간거간꾼>이였습니다.


그들이 어느 집에 데리고 가서 주인과 무슨 흥정을 하더니 우리를 남겨놓고 갔습니다.



불길한 예감이 들어 우리를 놓아달라고 그 집 주인에게 애원하니 “너희는 각각 4000원(인민폐)에 팔려 왔으니 가겠으면 그 돈을 내놓으라는 거예요.


단돈 한 푼 없는 우리는 장마당에서 강아지 팔리듯 팔린 금액에 웃돈을 더 챙긴 주인에 의해 산동성으로 끌려갔습니다.


거기서 나와 미옥이는 또 갈라져야만 했습니다.



제가 팔 리여 간 집은 아버지와 두 아들이 다 홀아비였습니다.


번갈아 가면서 감시하고 조금이라도 눈치가 다르면 짐승 패듯 때리었습니다.


몇 번이나 죽으려 했으나 아버님께서 꼭 살아서 당신의 고향에 가라던 말씀이 귀에 쟁쟁히 들려와 입술을 깨물면서 참고 견디었습니다.



저는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그들의 신임을 얻어 감시가 소홀해 지면 달아나리라…….


까맣게 찌든 때가 달라붙은 이불도 빨고 부엌도 깨끗이 청소하고 담벼락에는 회칠도 하고, 때로는 “애교”도 부리면서 말입니다. 그랬더니 그자들도 제가 마음을 그곳에 두고 있는가 생각하고 감시가 소홀해 졌습니다.


북한을 떠나오는 그날처럼 비가 오고 천둥번개가 치던 어느 날 밤에 저는 조용히 그 집을 나와 가까운 옥수수 밭에 깊이 몸을 숨겼습니다.


제가 없어진 것을 알고 그자들은 오토바이와 자전거 페달을 힘껏 밝으면서 저를 찾아 떠났습니다.



그들이 멀리 갔다고 생각하고 저는 그들과 반대방향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신발도 신지 않고 마구 달렸습니다. 저는 달리면서 “아버지, 어머니. 저를 도와주세요…”라고 계속 입속으로 외쳤습니다.


길에서 만난 조선족 할머니가 저를 도아 주었고 그 분이 소개로 한국행에 성공했습니다.



그 후로도 갖은 고생 끝에 한국에 와서 아버님의 고향에 가보았습니다.


막내였던 아버님 이였는데 손위 큰아버지와 고모들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사촌들만 몇 명 만나보았습니다.


그들도 아버님은 많이 그리워했는데 그들 역시 군사독재시절 아버님이 “의용군”에 자진 입대하여 많은 불이익을 당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이곳에 혈혈단신으로 온 저희 친구들도 많지만 저는 사촌형제가 있어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에 와서도 열심히 일했고 많은 수소문 끝에 어느 지방에 팔려갔던 미옥이도 3년 전에 한국으로 데려왔습니다. 저는 한국에 와서 결혼했고 딸애도 있습니다. 미옥이는 중국에서 이미 결혼했는데 몇 개월 후면 조선족 남편과 아들이 한국에 옵니다. 지금 우리 자매는 자기 자신처럼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고 있습니다.



저보다  7년이나 어린 미옥이는 저를 엄마처럼 따릅니다.


북한에 있을 때 보았던 외국영화에서처럼 꾸려진 집에서 우리는 아무러한 불편도 없이 잘 살고 있습니다.


아버님한테 몇 차례 인편도 보냈는데 아직도 소식이 없습니다.


아버님, 어머님 신상에 무슨 변고라도 없으신지요?



우리 자매는 만나면 두고 온 부모님 생각으로 얼마나 울고 있는지 모른답니다. 그러나 저희는 믿습니다.


그렇게도 강하시었던 아버님께서 어머님을 잘 도우시면서 꼭 건강히 살아 계시리라 믿습니다.


앞으로 닿는 대로 인편을 보내겠습니다.


꼭 건강히 살아만 있어 주세요.


통일 되는 날, 손자 손녀들을 데리고 딸 사위들이 찾아가겠습니다.


부디 부디 건강히 잘 있으세요,


너무나도 많이, 많이 사랑합니다.



2008년 3월 20일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딸 성진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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