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옥이에게
홍선녀
사랑하는 조카 옥아!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이모는 알고 싶다. 그리움으로 날이 가고 해가 바뀌어 그 세월이 벌써 10년이 지났구나. 너와 언니, 형부를 생각하면서 편지를 쓰는 이 순간 이모는 눈물이 앞을 가려 글 줄기조차 보지 못하는구나. 굶어죽은 언니와 형부의 죽음 앞에서 목 놓아 울며 의식을 잃던 옥이의 그때를 생각하면서 이모는 이 편지를 쓴다.
옥아! 어떻게 지내고 있니? 남편과 아이들은 건강한지 함흥의 경제생활은 어떠한지. 고향을 떠날 때 이모는 옥이가 안전부의 눈을 피해 장사하다가 흥남 비료공장에서 첫 돌 되는 딸을 비료마대에 넣어 아기를 업고 다니는 사람처럼 위장하려다가 애가 비료에 절어 죽은 기막힌 사연을 알고 떠났다. 아기를 죽이고도 안전부에 알려질 것이 두려워 소리 내 울 수도 없었던 그 순간의 옥이의 심정은 얼마나 슬펐을까.
보고 싶은 옥아!
이모는 북한에서 살던 그 때를 생각하면 온몸에 소름이 끼치고 분노와 슬픔과 억울함에 이 몸 억제할 수가 없단다. 북한에서 나서 자랐으나 사회체제를 원망하면서 마음을 돌린 이모는 자유와 행복을 찾아 대한민국에 귀순하였단다. 이모는 예쁜 옷이나 맛있는 음식 앞에서 너를 그리워하며 손수건을 눈앞에 가져가고 있단다. 이모네는 잘 살고 모두 건강하다. 다만 연락이 안 되어 너의 소식을 알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운 것이야. 예쁘고 애교적인 성격으로 언제나 사람들 속에서 사랑받던 내 조카 옥이는 이모가 북한을 떠나서 얼마나 서운했을까? 다시 만나지 못하는 무서운 일이 없었으면 좋겠구나. 엄마가 세상 떠나자 이모를 그다지도 따르던 옥이 다시 만날 날은 그 언제일까?
사랑하는 옥이야. 너의 인생은 언제나 험한 가시덤불처럼 뒤엉켜 솟아날 수 없는 것처럼 되었지만 마음을 굳세게 먹고 희망의 내일을 향해 굳세게 살아야해.
네가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이모는 북한에서 장사한 것이 죄가 되어 상적행위로 노동교화 1년을 받았을 때 오늘이 이 행복이 오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북한사회에서는 오직 건강하여 조국통일을 기다리는 길 밖에 없다. 너의 어머니가 굶어서 세상 떠나는 날에도 말했지만 북한에서는 사람이 살 제도가 아니라 입을 가지고도 마음대로 말할 수 없고, 보수가 없이 일해도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제도가 아니냐. 남한은 경제 강국이며 자유의 나라이다. 이러한 나라에서 5년간 살고 보니 북한의 현실이 얼마나 참혹한가를 더욱 실감하게 된다.
보고 싶은 옥아. 건강해. 첫째도, 둘째도 건강하여 상봉의 그날을 기다리자. 옥아! 만날 그날을 그리며 줄일게.
사랑해. 보고 싶어.
이모 씀.
